구슬상점

지속가능한 환경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 2024. 5. 28.

    by. 보리수정

    목차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었다. 기후 및 환경과 관련한 책을 찾아보다가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침묵의 봄이래로 가장 탁월한 업적! 이라는 추천평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목차에서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이라는 주제가 신선했다.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하면서 동시에 내가 모르는 뭔가 있구나, 제대로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환경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것에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구 종말론을 둘러싼 오해와 배경에 대한 내용을 시작으로 쓰레기 문제, 멸종 위기, 에너지 문제 등 소위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속내를 파헤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된 정보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조장하게 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엇을 우리는 잘 못 알고 있을까?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세계, 양심, 원전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목차

      우선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도록 하자.

       

      프롤로그 : 기후 변화의 진실을 찾아서

      1.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2.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3.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4.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5.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6.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7.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8.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9.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10.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11. 힘 있는 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에 반대한다

      12.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에필로그: 기후 소식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음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었다. 20년 전 자기 또한 기후변화와 종말론적 세계관에 푹 빠져있었고 10년 넘게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지금은 다시 고기를 먹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불행을 투영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10년 넘게 감소해 오고 있으며 오늘날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평균 2~3상승하는 선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티핑 포인트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처음부터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했다.

       

       

       

      선진국의 비뚤어진 양심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막으려는 선진국들의 교묘한 속내와 의도가 충격이었다. 2019년 아마존 화재를 둘러싼 언론 보도를 보며, 왜 사실이 아닌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주장했고, 그린피스는 아마존의 개발을 막으려고 훨씬 강화된 삼림법(Forest Code)을 제정하라고 브라질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 단체들은 소유 토지 중 50~80퍼센트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숲으로 보존할 의무를 토지 소유주들에게 부과하라는 새로운 삼림법 제정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지구의 산소에 공급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라고 했다. 숲 보존보다 작은 마을에 돈이 들어와야 학교를 짓고 지역 경제가 발달하고 불평등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린피스가 끼어들어 유럽 식품 회사들에게 브라질산 콩을 구매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농부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규제를 일방적으로 가하는 거였다. 이러한 이면에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기심이 있다. 인터뷰한 넵스태드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반개발주의와 반자본주의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기준을 프랑스나 독일에는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을, 야생을 지키겠다는 그린피스와 NGO들의 전략은 그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중요한 조류 생물종이 60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하는데. 자국을 위해서 브라질산 식품이 유입되는 걸 막으려는 이기심이었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요원한 것일까.

       

      예전에는 멋모르고 자연에 대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를 보고 호감과 매력을 느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이것이 언론을 무대로 삼는 활동가와 다큐멘터리 연출가들이 동원된 조작일수도 있겠다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었다. 삼림 파괴를 세계의 종말처럼 묘사하였고, 이렇게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보도로 인해 브라질 내부 갈등을 양극화시켰다는 점, 농부와 환경운동가 입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해법을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두둔한다. 이렇게 우리가 그동안 신뢰하던 포장된 겉모습 그 이면에 숨겨진 내막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자연을 보호한다는 정책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든 후 500~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쫓겨낸 것, 환경 보호 정책의 핵심은 바로 원주민 내쫓기였다고 한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동안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관념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원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저자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전문가였던 제리와의 인터뷰 자료를 이야기하면서 잘못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후쿠시마에서도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노출된 방사선의 양이 암을 일으킬만한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서둘러 원전을 폐쇄했던 미국,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얼마나 큰 경제적 댓가를 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원전을 이전처럼 사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전력 생산 비용은 독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 탄소 폐기물은 독일의 10분의 1 수준이다. 원자력은 매우 저렴하고 안전하며 효율이 정말 높은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고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그것은 원자폭탄에 대한 두려움, 환경 보호라는 그럴싸한 명목 뒤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17년 천연자원보호협회, 환경보호기금, 시에라클럽과 연합하여 캘리포니아에 남은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인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을 폐쇄하라는 내용으로 캘리포니아 정부에 강력히 피력했다고 한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기업 이익만을 위해서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배신감 같은 기분을 느꼈다.

       

      또한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을 '메멘토 모리'와 연결시킨 점도 통찰력있게 다가왔다. 그만큼 두려운 재앙임을 알기에 우리는 그러한 불안을 잔잔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지혜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지구에 대해, 환경에 대해 대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 많이 무관심했다는 것, 그게 가장 컸다. 이제 우리는 황금만능주의에서 조금은 벗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책이 보다 널리, 많이 읽혀서 위정자들이 올바른 정치를 하고, 지구의 미래를 희망으로 그려갔으면 한다. 내 아이에게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